아프가니스탄 난민들, 탈레반 피해 파키스탄으로

▲더위와 기다림에 지친 아프간 여성과 아이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며 고향을 떠났다. 현재 관심이 카불 공항에 집중되고 있지만, 다른 수천 명의 아프간 주민들은 차만 스핀 볼닥 국경 검문소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난했다. BBC 슈마일라 재프리 특파원이 이들을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아프간 남동부 칸다하르주 국경지점인 ‘차만 스핀 볼닥’은 아프간에서 가장 혼잡한 국경 지역이다. 매일 수천 명의 무역업자와 여행객들이 이 먼지투성이 사막지대를 통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탈레반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수천 명의 난민이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어깨에 짐을 짊어진 남성들, 부르카를 입고 남편을 따라 바쁘게 걸어오는 여성, 엄마에게 매달려 온 아이들.

이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 지쳐 있으며, 환자들은 심지어 손수레에 실린 채 이동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집을 습격할 것

소수민족 하자라 출신의 여성 비비(56, 가명)를 만났을 때 그는 파키스탄 국경을 막 통과한 상태였다.

하자라 공동체는 과거 탈레반에게 핍박을 받았고, 최근 일부 하자라 남성들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탈레반 정권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비비에게 안부를 묻자 그는 “가슴이 (고통으로) 타오른다”며 흐느꼈다.

영국계 회사에 다니는 비비의 아들은 아직 아프간을 떠나지 못했다.

비비는 이미 몇 년 전 하자라 공동체를 겨냥한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며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며느리가 죽은 후) 너무 허망해서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탈레반은 끔찍한 사람들이고 나는 그들이 무섭다”고 말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가르는 ‘스핀 볼닥(하얀 사막)’ 국경지대사진 출처,PLANETLABS

파키스탄에 도착하기 전, 비비는 아프간의 여러 지역에서 온 24명의 하자라 여성과, 아이들과 함께 국경의 작은 임시 캠프에 수용됐다.

비비는 두 딸, 외손녀와 함께 수도 카불을 떠났다.

이제 집이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외손녀는 인터뷰하는 비비의 무릎에 앉았다.

비비는 손주의 어깨를 부드럽게 주무르며 “우리 집, 놔두고 온 물건들은 신경 안 쓴다. 아들과 손녀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디로 갈 수 있나? 무엇을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내 손으로 이 아이의 엄마를 땅에 묻었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많은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고, 나는 또 다른 상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아파 무슬림 여성 자르미니 베굼(60)도 다른 여성들과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과거 탈레반은 아프간의 시아파 무슬림들을 공격한 이력이 있다.

베굼은 자신의 무슬림 공동체가 탈레반의 카불 장악 뉴스를 들었을 때 아프간을 떠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수레에 실린 채 피난하는 노인과 환자들

베굼은 “우리는 탈레반이 다시 테러를 가할까 봐 두렵다”며 “그들은 우리의 집을 급습할 것이다. 탈레반은 이미 정부 관계자들을 찾고 있다. 우리는 폭탄 테러가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불안한 미래

국경에 도착한 사람 중 다수는 자신들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느끼는 아프간의 젊은이들이다.

카불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무하마드 아메르도 그중 하나다.

아메르는 카불이 얼마나 빨리 함락됐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는 탈레반이 하룻밤 사이 카불 전체를 장악할 줄은 몰랐다. 단지 앞으로 학교와 교육이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현 탈레반 체제의 아프간에 자신의 미래는 없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메르는 “스스로 결정하는 인생을 원하고, 자유를 원한다. 따라서 아프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프간 난민

카불의 학생 자말 칸이 느끼는 감정도 아메르와 비슷하다.

칸은 “누구나 집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아프간을 떠나야만 했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등 외국으로의 이주에 대해 행복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아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탈레반 체제 아래 살아남을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칸다하르에서 온 노동자 오바이둘라는 “기업들이 파괴되고 정부도 없고 경제도 완전히 엉망”이기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피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칸다하르의 상황은 정상이지만 일자리가 없다”며 “취직하려고 파키스탄에 왔다. 아마 인력거를 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은 아프간 점령 이후 아프간 주민들에게 좀 더 절제된 이미지를 보이려고 노력해 왔다. 이는 국경에서 우리와 인터뷰한 한 탈레반 병사의 태도에도 묻어났다.

그는 현재 상황이 아주 평화롭다고 주장하며 “외국 점령군이 아프간을 떠나는 즉시 아프간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수천 명이 스핀 볼닥 국경을 건너지만, 탈레반의 점령 이후에는 아프간으로부터의 유입이 유난히 더 많았다

그는 “이것은 오직 신뢰의 문제며,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약속해온 것들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하는 가운데, 그들은 탈레반의 이러한 선언들이 별 의미 없다고 말한다.

아메르는 “이번에는 탈레반이 다르게 행동할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과거에 탈레반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아직 탈레반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프간을 탈출한다.

파키스탄은 이미 아프간인 수백만 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아프간인 입국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파키스탄이 아프간 난민들의 입국을 완전 중단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믿는다.

파키스탄 정부는 소련의 침공 이후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이주했던 1980년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경지역에 난민촌을 설치할 것이고 아프간인들은 파키스탄 중심지까지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아프간인들이 차만 스핀 볼닥 국경을 통해 파키스탄으로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들은 이 창구 또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며, 탈출을 위해 어떤 위험도 각오가 돼 있다. 이후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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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남미동아뉴스

파라과이 다이제스트 남미동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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