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2 회
그렇다면 ‘시장개방‘으로 아르헨티나 제조업 발전 기회는 없는지 살펴보자.
아르헨티나는 제조업 부흥을 2000년대 이후 본격 추진한 사례가 적어 투자조건이 아르헨티나보다 양호한 브라질을 통하여 아르헨티나를 분석하겠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브라질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였던 조선산업 부흥계획인 ”Promef (Programa de Moderanzación e Expansión de Flota)“(브라질국영석유회사(Petrobras)의 자회사에서 추진한 계획)은 시작한 지 채 10년도 안 되어 완전히 실패하였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브릭스 붐(BRICs Boom) 절정인 2010년 전후 브라질에 진출하였던 수많은 다국적 제조업체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철수한 경우가 많았다.
브라질 조선업 부흥 실패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지만 “가치 사슬(Cadena de valor)”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브라질정부의 국산화 정책이 일조하였다.
브라질의 경우 현지 국산화비율(Contenido Local)은 65% 준수 조건이었다. 65%를 충족시킬수 있는 협력업체들과 선단(船團)을 구성하여 동반진출하지 못한 기업은 공장가동 즉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구조이다. (선단진출 성공한 대표사례는 현대자동차이다).
그런데 남미에서 아직도 가치사슬 형성이 안 되는 주 사유는 “경쟁력의 부재”이다. 쉬운 예로 남미 제조업이 미국, EU로 수출할려면 ”아시아국가“와 경쟁하여야 한다. 하지만 남미의 수출경쟁력은 아시아보다 항상 열세였다.(60/70년대 일본, 80/90년대 한국, 90/00년대 중국 및 동남아)
해외수출시장 개척이 쉽지 않음에 따라 남미의 제조업은 내수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90년대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제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Ciclo)되면서 임금보전→원가상승→경쟁력상실→고용불안→정부개입 순으로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기업들은 더욱더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번 코로나19로 남미제조업은 지난 10년간 쌓아놓은 기반이 또 흔들리고 있다). 브릭스 붐과 비관세장벽(Barreras no arancelarias) 덕분으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의 브라질 투자를 유인하였으나 2015년 전후 거품이 빠지면서 브라질은 그 후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음을 물론 2000년이후 구축된 가치사슬도 많이 붕괴되었다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보다 투자유치조건이 좋다고 했음에도 이 정도면 아르헨티나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2000년대 초 국가디폴트(2001)이후 집권한 키르츠네르 정권(2003-2015)은 일부 외국투자기업 국유화를 단행하였다.
나아가 이중환율, 소비자가격통제, 수입규제 등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을 왜곡하였다. 결국 신규 외국인 투자는 자원분야 또는 중국 자금으로 한정되었고 제조업은 자동차, 철강 등 극히 일부만 생존하게 되었다.
국유화를 일부 단행하였던 현 정권(2019년 키르츠네르 파가 재집권함) 스스로가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아르헨티나에 투자할 다국적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2020년 한해 무려 18개 외국투자기업이 아르헨티나에서 철수하였다).
그런데 가치사슬의 부재는 남미제조업의 미래까지 발목을 잡을 치명적인 약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