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3 회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에 매장되어 있다. 리튬 삼각지대 (Triángulo del litio)라고 불리는 세계최대 매장량 지역이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전기자동차 생산국가인 EU, 미국, 한·중·일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1위 리튬 생산국 칠레에서 승용차가 마지막 생산된 것은 2008년으로, 자동차 제조업이 칠레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자의 판단 시 남미에서 가장 입증된 B2B 투자모델은 현지에서 원료를 경쟁력 있게 조달 및 가공하여 국외로 판매하는 목적이거나(동국제강/포스코가 투자한 브라질 CSP제철소는 공동경영하는 발레(Vale)로부터 철광석을 조달하며, 철강을 생산하여 국외에 일정량을 수출한다) 또는 내수용 B2B 제조업으로서 지역 내 구속력(Cautivo) 있는 가치 사슬을 구축하여 진출하여야 한다. 예로 파라과이에 진출해 있는 자동차부품회사들은 브라질보다 저가에 제품을 생산하여 브라질 완성차공장에 납품하는 방식으로서 곧 양자 간의 공급망에 구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는, 내수용 B2C 제조업으로서 브랜드 및 하이엔드(High-end) 마케팅으로 경쟁할 수 있는 회사들이어야 한다. (예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 2
남미에서 제조업 가치사슬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메르코수르 투자환경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시장개방을 거부하는 아르헨티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과연 아르헨티나가 ”중장기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통하여 분석해보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시대를 맞이하여 생존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테슬라, 프로테라와 같은 미국산 전기차 부상 및 중국산 전기차 약진, 공유차량 확산,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나아가 IT 공룡기업들의 무인자동차 개발경쟁 등 자동차산업이 미래에 어떻게 재편될지 예측이 어렵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지역별 공장 간의 수출 물량배정도 베일 속에 가려있는 무한 경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간, 경제블록 간 FTA(자유무역협정. 남미에서는 ”TLC“ 라고 한다)는 게임 체이저(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사건)로 작용하게 된다 .
브라질-아르헨티나 양국 간은 플렉스(Flex)라는 가중치 교환방식을 사용하며 자동차를 서로 수출한다. 하지만 2029년부터는 완전한 자유경쟁으로 돌입하는 양국간 자동차산업 FTA가 지난 2019년 체결되었다. 이는 유럽에서 전기차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시기인 2030년(파리기후협약과 관련 있다)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세계적 흐름과 더불어 남미도 전기차 전환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처럼 브라질, 아르헨티나 양쪽에 조립공장을 2030년대에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를 글로벌본사에서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브라질-아르헨티나 자동차 FTA가 실제 발효되면 ”생산기지를 통합“하는 것이 전기차플랫폼 투자비를 절감할 뿐 아니라 대량생산 통한 원가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개의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2021년 1월 미국의 포드(Ford)사는 브라질진출 100여 년 역사를 뒤로하고 브라질 내 공장 3개에 대한 전격 폐쇄 결정을 내리며 앞으로 아르헨티나 포드공장(Ford Argentina)및 우루과이에서의 생산(우루과이 노르덱스(Nordex) 사에서 위탁생산)하여 브라질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룹 내 물량 배정조절을 통한 구조조정인 것이다. 브라질 포드 폐쇄로 5천 명이 실직하였는데 아르헨티나 포드는 오히려 250여 명을 신규채용하였다 .
역시 1월에 PSA(Peugeot, Citroën 등) 와 FCA(Fiat, Chrysler 등) 자동차그룹이 통합됨으로써 “스텔란티스(Stellantis)“자동차그룹이 출범하였다. 세계 4위의 자동차그룹으로 부상한 스텔란티스는 브라질 5개(Fiat 3개, Peugeot 2개), 아르헨티나 2개(Fiat, Peugeot), 우루과이 위탁생산 1개(Peugeot, Citroën) 공장을 가동 중이다.
그룹합병으로 경쟁사가 한순간 한가족이 된 것이다. 브랜드 정책은 유지하겠지만 2030년 메르코수르 중장기 생산판매전략 수립 시 중복투자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전환 시 내연기관부품 가치사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배터리공장이 유치되어야 하는바, ”규모의 경제원칙 (Economía de escala)“에 입각한 투자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시장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아르헨티나가 시장개방을 거부한다고 자국산업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