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26] 추운 겨울이면 가끔 포장마차에서 따뜻한 어묵 국물과 함께 먹는 떡볶이, 순대가 그리워진다.
북한에는 어묵이나 떡볶이는 없지만 일반 주민들이 즐겨 찾는 길거리 음식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콩고기로 만든 인조고기밥이다. 최근 한 모임에서 우연히 인조고기밥, 두부밥 등 북한 음식을 맛보면서 잊고 있던 고향의 맛과 함께 다양한 추억이 떠올랐다.
인조고기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던 1990년대에 북한 주민들이 자체로 만들어 시장에서 유통한 식재료이다.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인조고기는 식감이 한국의 어묵과 비슷하기도 하고, 콩으로 만든 음식이라 고소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맛이다.

필자가 인조고기를 처음 본 것은 2000년 초반에 있었던 외할머니의 환갑잔치에서였다. 당시에는 인조고기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양에 다녀온 큰이모가 귀하게 구해왔다면서 인조고기를 요리해 반찬으로 내놓았고, 우리가족은 처음 보는 음식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저저마다 맛을 보았다.
이후 몇 년 사이에 인조고기는 전국적으로 퍼져 북한 주민들의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시장에서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사람들은 인조고기로 밑반찬도 만들어 먹고, 토장국에 넣기도 하는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로 활용했다.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었던 북한 사람들에게 인조고기는 뼈없는 고기, 두루마리 고기, 노동자 고기 등으로 불린다.
인조고기가 식재료로 등장한 이후 시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인조고기밥을 만들면서 국민 간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으로 급부상한다. 인조고기밥은 너비 5~7㎝, 길이 15~20㎝의 인조고기 사이에 밥을 넣은 다음 양념을 얹어 먹는다. 사실 인조고기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념이다. 집에서도 가끔 만들어 먹지만 시장에서 파는 인조고기밥과 맛이 다른 이유는 독특한 양념맛을 집에서는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시장에서 판매한다. 동네마다 인조고기밥을 만들어 파는 집이 있고, 두부를 만들어 파는 집, 사탕을 만들어 파는 집 등이 있고 이런 집들은 인조고기집, 두부집, 사탕집 등으로 불린다. 시장에 꼭 가지 않더라도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동네의 집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집들은 가면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고 시장에 나가기도 전에 집에서 다 팔리는 경우도 있다.

시장이 아닌 동네에서 사면 보통 인조고기밥집에서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음식을 나눈다. 필자도 동네 인조고기밥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다른 심부름은 하기 싫은 날도 많았지만 인조고기밥집에 가는 날은 항상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것은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곧 먹을 수 있게 되리라는 행복감에서일 것이다.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인조고기밥은 북한 미디어에서도 등장할까라는 생각에 확인해봤지만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조선중앙TV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요리상식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여기서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데 인조고기나 인조고기밥은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 당국이 장려하는 길거리 음식은 겨울철에 맛볼 수 있는 군밤, 군고구마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방송에서 평양의 곳곳에서 군밤, 군고구마 봉사하는 모습을 담아 소개하기도 했다.
인조고기밥이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당국의 지도아래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시장화의 확산과 함께 북한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음식문화이기 때문일까? 이런 질문과 함께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생각했던 인조고기밥에 대한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