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아프리카 돌풍’의 주인공 모로코와 4강에서 격돌한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 중 최고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닌 외적인 ‘역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20세기 초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다. 1912년, 스페인과 프랑스가 ‘모로코 관련 조약’을 체결하며 프랑스령 모로코와 스페인령 모로코로 분할되면서 설립된 식민지이다.
모로코는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한때 모로코를 지배했고, 여전히 일부 영토를 돌려주지 않는‘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격침시켰다. 8강 역시 수백 년간 긴장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된 포르투갈을 꺾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다. 이제 4강은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다. 과거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역사가 월드컵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제 모로코의 4강전 상대는 ‘아트 싸커’ 대명사인 프랑스이다. 모로코 입장에서는 ‘승리의 복수전’이고, 프랑스 입장에서는 ‘월드컵 2연패 달성’이다.
이와 관련 모로코 레그라귀 감독은 “우리가 이번 월드컵의 ‘록키’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재능이 부족해도 열정, 진심, 신념이 있으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축구전문가들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꼽는다면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 모로코의 4강 진출을 꼽았다. 그래서 모로코의 월드컵 여정은 ‘기적’이란 말 하나로 정리되기에는 너무 애절함이 녹아있다. 단순한 아프리카 최초의 4강이란 기념비만이 아닌 56개 아프리카 국가를 대신해 21세기 월드컵을 통한 회한의 그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이 녹아 있다.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서부,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유럽 3번째 대국이다. 에펠탑에 자유의 파란 깃발을, 개선문에 평등의 하얀 깃발을, 몽블랑에 박애의 빨간 깃발을 외치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해 온 국가 중 하나이다.
모로코는 공교롭게도 유럽 두 개 국가의 식민지(植民地, colony)였다.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에 예속되어 국가로서의 주권을 상실했던 나라였다.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본국에 대한 원료 공급지, 상품 시장, 자본 수출지의 기능을 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종속국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젠 아프리카 대륙도 유럽과 과거를 잊고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뇌리 속에는 아직도 예전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상호적 관계에서 상대를 생각하는 각도는 분명히 다를 수 있다. 이젠 서로의 주권을 인정하고 상생 발전하는 구도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서는 축구경기를 매개로 ‘선의의 라이벌(Rival)’이 된 셈이다. 상호 협력적인 동반자이자 라이벌인 관계로 만난 셈이다. 이른바 프레너미(Frenemy: Friend + enemy)가 되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골잡이 음바페를 앞세워 월드컵 연속 우승을 이루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인 상암경기장에서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이로써 전기대회 우승국으로서 16강전에서 탈락당한 치욕이 있다. 공교롭게도 모로코와 세네갈은 공히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프랑스는 서울에서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디펜딩 챔피언’국가인 위치에 놓여있다.
전국책에 나오는 고사에‘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앞으로의 행동에 본보기로 삼는다는 뜻이다. 과거 통한의 역사를 기억해서 세계최대 축제의장인 월드컵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찬스다.

과연 모로코(피파랭킹 22위)가 스페인(7위)과 포르투갈(9위)에 이어 프랑스(4위) 까지 함락시킬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대 이벤트(한국시간 15일 새벽 4시)가 될 전망이다. 세계인들의 주목, 특히 아프라카 대륙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식민지 아픔’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모로코, 과연 ‘복수극’을 완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