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동아뉴스]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성주간이 시작되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가족,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때, 전통 음식의 풍성한 식탁을 나누는 것은 물론, 우리가 믿음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고 깨닫는 귀한 기회가 된다.
현재 파라과이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종교적 기념일 중 하나가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는 전례에 참여한다. 이 시기에는 휴가와 관광을 즐기는 이들과 성주간의 고유한 의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공존한다.
특히 성 목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날을 기념하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저녁, 파라과이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까루 구아수(karu guasu)’ 전통이 이어진다. 식탁에는 파라과이 전통 수프인 ‘소파 파라과야(sopa paraguaya)’와 옥수수빵인 ‘찌바 구아수(chipa guasu)’ 등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음식들이 오른다.
파라과이에는 여전히 강한 민간 신앙이 남아있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고대 의례는 신앙과 파라과이 고유의 문화적 표현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문화적으로도 큰 관심을 끈다. 대표적으로 일곱 성당 순례, 각 지역 공동체에서 재현되는 예수의 고난을 묘사한 ‘비아 끄루시스(Vía Crucis)’ 재현극, 성 금요일에 울려 퍼지는 애절한 ‘에스따씨오네로스(estacioneros)’ 찬가, 그리고 매년 따냐란드(Tañarandy)에서 펼쳐지는 성 금요일 전통 행렬은 민간 신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시기는 가족 간의 활동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사람들의 중요한 음식인 ‘찌바(chipa)’를 함께 만들며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찌빠 아뽀(chipa apo)’와 같은 전통 의례를 계획하고 실천하기에도 좋은 때이다.
성주간은 분명 종교적인 행사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믿음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그 믿음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관용, 연대, 이해와 같은 가치를 실현하며 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성주간은 신자들이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들은 억압, 불평등, 소외로 고통받는 파라과이 국민들의 고통 속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발견하고, 그들을 위한 헌신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아달베르토 마르티네스 추기경은 “예수님은 권력자들의 잔인함과 탐욕에 짓밟힌 무고한 자의 불의, 나약함, 무력함, 그리고 넘어짐을 경험하셨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추기경은 우리 사회에서도 예수님처럼 무고한 사람들이 여전히 죄인으로 취급받고, 바라바처럼 범죄자들이 풀려나고 있는지, 그리고 권력자들에 의해 밤의 어둠 속에서 미리 준비된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는 특히 파라과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했는데,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의 얼마 안 되는 자원을 강탈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악덕 채권업자들의 횡포, 그리고 “의료 과실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추기경은 원주민들의 소외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그들은 삶의 터전에서 발가벗겨지고 질식당하며, 부당한 절차와 무관심한 태도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주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찰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헌신을 다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르티네스 추기경의 말처럼, 그들의 고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