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동아뉴스] 파라과이 석유유통업체들이 정부의 최근 유류 가격 인하 발표에 대해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파르(Petropar)가 휘발유와 경유 등 모든 연료의 가격을 리터당 270과라니(약 37원) 인하한다고 발표하며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파라과이 석유유통협회(CADIPAC)는 국제 유가 변동 추세가 심상치 않아 정부의 이번 가격 인하 조치가 곧 번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겔 바산 CADIPAC 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페트로파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기술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인 결정에 가깝다고 본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바산 회장은 유가 인하 발표가 나온 시점이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더했다. 그는 “국제 유가 추이를 따른다면, 이번에 인하된 270과라니 또는 그 이상으로 가격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디젤 가격이 배럴당 202~205달러 선이었으나, 최근 213달러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바산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유류 가격이 며칠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러한 유가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면, 30일 이내에 다시 가격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파라과이와 당신은 멈추지 않습니다. 페트로파의 모든 연료 가격을 270과라니 인하합니다”라고 발표하며, 이를 독립 기념일을 맞아 축하할 만한 큰 성과로 자평했다.
이번 유류 가격 인하 조치로 인해 월요일부터 새로운 가격이 적용된다. 88옥탄 휘발유인 ‘나프타 카페 88’은 리터당 5,860과라니, 93옥탄 ‘오이코테 93’은 6,360과라니, 고급 휘발유인 ‘아라티리 97’은 7,710과라니에 판매된다. 경유는 일반 디젤인 ‘디젤 포라’가 리터당 6,920과라니, 고급 디젤인 ‘음바레테’가 8,720과라니로 인하되었다.
국제 유가 변동성 심화, 파라과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최근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정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유가 상황은 파라과이와 같이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라과이는 자체적인 석유 생산 능력이 미미하여 대부분의 석유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운송 및 물류 비용 증가로 인해 농산물, 공산품 등 다양한 상품의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의 유류 가격 인하 조치는 이러한 국민들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부의 민생 안정 노력을 강조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CADIPAC의 경고처럼 국제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석유유통업계의 입장 차이, 해법은?
정부와 석유유통업계는 유류 가격 정책을 둘러싸고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반면, 석유유통업계는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며 가격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유류 가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석유유통업계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투명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국제 유가 변동 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같은 추가적인 정책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취약 계층에 대한 유류비 지원 확대 등 선별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파라과이 정부의 유류 가격 인하 조치는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줄 수 있지만, 국제 유가 변동이라는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석유유통업계는 단기적인 가격 조정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