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회-

메르코수르는 개별 협상 허용 여부에 대한 회원국 토의를 5월 하순에 진행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20% 일괄 인하를 주장 중). 필자 판단으로는 아르헨티나는 대외공동관세는 타협안을 일부 제시할 것이나 개별협상안은 반대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라질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 시점에 룰라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급히 타결할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월 하순 회의를 통하여 메르코수르가 세계경제에서 다시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다음은 지난 3월 메르코수르 정상회담 중 우루과이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연설문(원어) 중 일부이다. 중남미 K-amigo 독자들과 연설문을 공유하면서 글을 마친다.

○우루과이 대통령

El Mercosur (중략) ….. no puede ser un lastre (장애) y nosotros no estamos dispuestos a que sea un corsé en el cual nuestro país no se pueda mover y por eso hemos hablado con todos los presidentes en la necesidad de flexibilización”,

번역: 메르코수르가 ….. (중략) …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루과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코르셋(=구속)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메르코수르가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함을 참석한 대통령들에게 강조해 왔다.

  • 참고로, 우루과이 대통령은 코르셋이 몸을 옥죄니 풀어야 한다고 뜻으로 Corsé 와 flexibilización 로 대별되는 두 단어를 사용하였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Es fundamental que todos podamos sentirnos hermanos. Si nos hemos convertido en otra cosa, en una carga (짐, 화물), lo lamento, la verdad es que no queríamos ser una carga para nadie, porque además una carga es algo que hace que a uno lo tiren de un barco (배, 선박) y lo más fácil es bajarse si es que esa carga pesa mucho. Hago hincapié en que terminemos con esas ideas que ayudan tampoco a la unidad en un momento donde la unidad tanto nos importa. No queremos ser lastres de nadie. Si somos un lastre, que tome otro barco. Pero lastere no somos de nadie. Pari mi honor ser parte de Mercosur. Es un honor trabajando juntos a Ustedes .

번역 : 우리 모두는 형제와 같다. 만약 우리가 형제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된다면 즉 짐(=화물)이 되었다면 유감이다. 누구에게도 부담되는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짐이라고 하는 것은 배 밖으로 던져버려야 한다.

더 쉬운 방법은 짐이 너무 무겁거든 배에 안 실으면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제일 중요시하는 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장애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배를 타라. 그 누구의 장애물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메크로수르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

참고로 선박(Barco)은 항해 중 균형 유지를 위하여 평형수(平衡水, Lastre)를 선박 아래에 채운다. 화물선(Buque de carga)도 마찬가지이다.

우루과이 대통령이 Lastre(장애)라고 표현하자 아르헨티나대통령은 화물(Cargo), 선박(Buque)을 인용하며 Lastre를 중의적(重義的)으로 표현하였다.

생략된 주어를 “메르코수르” 또는 “아르헨티나” 어느 쪽으로 해석하여도 아르헨티나 입장이 강경함을 알 수 있다.

  • 상기연설문 전문이 실린 동영상 주소는 다음과 같다.
  • Tenso cruce entre Alberto Fernández y Luis Lacalle Pou en la reunión por los 30 años del Mercosur

(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4 회

남미대륙 국가들의 백신생산 계획이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메르코수르 바이오산업현황도 간단히 짚어보자.

아르헨티나 제약업체 리치몬드 사(Laboratorios Richmond)는 러시아 스푸트닉(Sputnik V) 시제품을 4월에 생산에 성공하였다. 다만, 본 생산은 공장을 신설하여야 하는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인프라 공사가 계획이 차질을 겪는 일이 많았다는 선례를 감안한다면, 아르헨티나산 Sputnik V 백신 대량생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Hetero 제약사는 우선 러시아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 후, 그 다음으로 아르헨티나와 기술협력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과이 제조업체인 라스카 사 (Lasca Paraguay S.A.)도 러시아 Sputnik V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원료단계부터 제조할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대용량을 수입하여 일회용 분 병(分甁)을 계획하고 있는데 월 55만 병 목표이다. 브라질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및 중국 코로나박(CoronaVac)을 3~4월부터 라이센스 생산 중이다. 나아가 독사연구소로 유명한 부탄탄(Butantan)에서 백신(ButanVac)을 자체 개발하였으며, 현재 브라질 보건위생 당국(Anvis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5월 중순 현재 멕시코와 아르헨티나가 공동생산을 추진 중인 AZ백신의 경우 현재 대량생산은 지연 중이며 브라질 정부 당국은 러시아 스푸트닉(Sputnik V) 백신은 승인을 거부하여 브.러시아간 외교갈등으로 비화하였다. 인구 2.1억 명의 브라질 제약시장을 제외하고는 인구 1.2억 명의 멕시코조차 제약 인프라시설이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중국, 대만과 단교조건으로 파라과이에 중국 백신 공급의사“보도와 관련하여 미국의 대중국정책(특히 미.중무역전쟁 진행 중) 및 대 대만정책을 고려 시 미국은 파라과이가 대만과 단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파라과이 현 집권당은 친 대만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단교 가능성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세계무역질서는 미국, 중국 간의 패권경쟁에 맞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에 접근하기 위하여 환경기준 강화가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였다. , 메르코수르는 물론 모든 정부는 세계 흐름을 살피며 정책결정을 하여야 자국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다.

우선 한·중·일이 참여한 RCEP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와 일본이 참가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CPTPP에 가입하는 경우 USMCA(미국-멕시코-카나다협정)와 연동된다.

콜롬비아, 영국은 이미 CPTPP에 가입을 신청하였다, 2012년 창설된 태평양동맹(Alianza del Pacífico)중 3개국(멕시코,페루, 칠레)은 CPTPP에 이미 가입하였다. 콜롬비아까지 가입 시 태평양동맹 4개국 모두가 가입하게 되면서 메르코수르는 섬처럼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처럼 작은 규모의 국가 간 FTA는 메가 FTA로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흐름이 관측되며, 이는 곧 국가들의 횡/종 연결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알리고 있다. 마치 항공사들이 스카이팀, 스타 얼라이언스, 원 월드와 같은 ’코드쉐어‘기법으로 재편되던 시대를 보는 것과 같다. 미국, 영국,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RCEP, CPTPP, EU, USMCA 축으로 세계무역질서가 형성되며, 글로벌 기업들은 메가 FTA를 바탕으로 지역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복잡하게 얽히는 FTA 어디 하나에도 메르코수르가 합류하지 못한다면 해당 국가 소재 기업은 피해를 볼 것이며, 일자리 또한 위협받을 것이다.

개인소비자 행태 또한 직구, 역직구 확산에서 볼 수 있듯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크로스 보더(Cross Border)무역의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빈부양극화, 직구(e-Commerce)로 향후 독자/자생 가능한 내수인구 필요조건은 ”최소 1억 명 이상“일 듯하다. 과거처럼 인구 4천만 명이면 큰 시장이라는 개념은 더는 유용하지 않아 보인다(현 아르헨티나 인구는 46백만 명 추정).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아르헨티나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채무조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나아가 중남미 좌파 부활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3 회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에 매장되어 있다. 리튬 삼각지대 (Triángulo del litio)라고 불리는 세계최대 매장량 지역이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전기자동차 생산국가인 EU, 미국, 한·중·일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1위 리튬 생산국 칠레에서 승용차가 마지막 생산된 것은 2008년으로, 자동차 제조업이 칠레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자의 판단 시 남미에서 가장 입증된 B2B 투자모델은 현지에서 원료를 경쟁력 있게 조달 및 가공하여 국외로 판매하는 목적이거나(동국제강/포스코가 투자한 브라질 CSP제철소는 공동경영하는 발레(Vale)로부터 철광석을 조달하며, 철강을 생산하여 국외에 일정량을 수출한다) 또는 내수용 B2B 제조업으로서 지역 내 구속력(Cautivo) 있는 가치 사슬을 구축하여 진출하여야 한다. 예로 파라과이에 진출해 있는 자동차부품회사들은 브라질보다 저가에 제품을 생산하여 브라질 완성차공장에 납품하는 방식으로서 곧 양자 간의 공급망에 구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는, 내수용 B2C 제조업으로서 브랜드 및 하이엔드(High-end) 마케팅으로 경쟁할 수 있는 회사들이어야 한다. (예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 2

남미에서 제조업 가치사슬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메르코수르 투자환경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시장개방을 거부하는 아르헨티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과연 아르헨티나가 ”중장기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통하여 분석해보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시대를 맞이하여 생존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테슬라, 프로테라와 같은 미국산 전기차 부상 및 중국산 전기차 약진, 공유차량 확산,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나아가 IT 공룡기업들의 무인자동차 개발경쟁 등 자동차산업이 미래에 어떻게 재편될지 예측이 어렵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지역별 공장 간의 수출 물량배정도 베일 속에 가려있는 무한 경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간, 경제블록 간 FTA(자유무역협정. 남미에서는 ”TLC“ 라고 한다)는 게임 체이저(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사건)로 작용하게 된다 .

브라질-아르헨티나 양국 간은 플렉스(Flex)라는 가중치 교환방식을 사용하며 자동차를 서로 수출한다. 하지만 2029년부터는 완전한 자유경쟁으로 돌입하는 양국간 자동차산업 FTA가 지난 2019년 체결되었다. 이는 유럽에서 전기차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시기인 2030년(파리기후협약과 관련 있다)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세계적 흐름과 더불어 남미도 전기차 전환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처럼 브라질, 아르헨티나 양쪽에 조립공장을 2030년대에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를 글로벌본사에서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아르헨티나 자동차 FTA가 실제 발효되면 ”생산기지를 통합“하는 것이 전기차플랫폼 투자비를 절감할 뿐 아니라 대량생산 통한 원가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개의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2021년 1월 미국의 포드(Ford)사는 브라질진출 100여 년 역사를 뒤로하고 브라질 내 공장 3개에 대한 전격 폐쇄 결정을 내리며 앞으로 아르헨티나 포드공장(Ford Argentina)및 우루과이에서의 생산(우루과이 노르덱스(Nordex) 사에서 위탁생산)하여 브라질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룹 내 물량 배정조절을 통한 구조조정인 것이다. 브라질 포드 폐쇄로 5천 명이 실직하였는데 아르헨티나 포드는 오히려 250여 명을 신규채용하였다 .

역시 1월에 PSA(Peugeot, Citroën 등) 와 FCA(Fiat, Chrysler 등) 자동차그룹이 통합됨으로써 “스텔란티스(Stellantis)“자동차그룹이 출범하였다. 세계 4위의 자동차그룹으로 부상한 스텔란티스는 브라질 5개(Fiat 3개, Peugeot 2개), 아르헨티나 2개(Fiat, Peugeot), 우루과이 위탁생산 1개(Peugeot, Citroën) 공장을 가동 중이다.

그룹합병으로 경쟁사가 한순간 한가족이 된 것이다. 브랜드 정책은 유지하겠지만 2030년 메르코수르 중장기 생산판매전략 수립 시 중복투자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전환 시 내연기관부품 가치사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배터리공장이 유치되어야 하는바, ”규모의 경제원칙 (Economía de escala)“에 입각한 투자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시장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아르헨티나가 시장개방을 거부한다고 자국산업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2 회

그렇다면 ‘시장개방‘으로 아르헨티나 제조업 발전 기회는 없는지 살펴보자.

아르헨티나는 제조업 부흥을 2000년대 이후 본격 추진한 사례가 적어 투자조건이 아르헨티나보다 양호한 브라질을 통하여 아르헨티나를 분석하겠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브라질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였던 조선산업 부흥계획인 ”Promef (Programa de Moderanzación e Expansión de Flota)“(브라질국영석유회사(Petrobras)의 자회사에서 추진한 계획)은 시작한 지 채 10년도 안 되어 완전히 실패하였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브릭스 붐(BRICs Boom) 절정인 2010년 전후 브라질에 진출하였던 수많은 다국적 제조업체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철수한 경우가 많았다.

브라질 조선업 부흥 실패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지만 가치 사슬(Cadena de valor)”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브라질정부의 국산화 정책이 일조하였다.

브라질의 경우 현지 국산화비율(Contenido Local)은 65% 준수 조건이었다. 65%를 충족시킬수 있는 협력업체들과 선단(船團)을 구성하여 동반진출하지 못한 기업은 공장가동 즉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구조이다. (선단진출 성공한 대표사례는 현대자동차이다).

그런데 남미에서 아직도 가치사슬 형성이 안 되는 주 사유는 경쟁력의 부재이다. 쉬운 예로 남미 제조업이 미국, EU로 수출할려면 아시아국가와 경쟁하여야 한다. 하지만 남미의 수출경쟁력은 아시아보다 항상 열세였다.(60/70년대 일본, 80/90년대 한국, 90/00년대 중국 및 동남아)

해외수출시장 개척이 쉽지 않음에 따라 남미의 제조업은 내수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90년대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제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Ciclo)되면서 임금보전→원가상승→경쟁력상실→고용불안→정부개입 순으로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기업들은 더욱더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번 코로나19로 남미제조업은 지난 10년간 쌓아놓은 기반이 또 흔들리고 있다). 브릭스 붐과 비관세장벽(Barreras no arancelarias) 덕분으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의 브라질 투자를 유인하였으나 2015년 전후 거품이 빠지면서 브라질은 그 후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음을 물론 2000년이후 구축된 가치사슬도 많이 붕괴되었다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보다 투자유치조건이 좋다고 했음에도 이 정도면 아르헨티나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2000년대 초 국가디폴트(2001)이후 집권한 키르츠네르 정권(2003-2015)은 일부 외국투자기업 국유화를 단행하였다.

나아가 이중환율, 소비자가격통제, 수입규제 등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을 왜곡하였다. 결국 신규 외국인 투자는 자원분야 또는 중국 자금으로 한정되었고 제조업은 자동차, 철강 등 극히 일부만 생존하게 되었다.

국유화를 일부 단행하였던 현 정권(2019년 키르츠네르 파가 재집권함) 스스로가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아르헨티나에 투자할 다국적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2020년 한해 무려 18개 외국투자기업이 아르헨티나에서 철수하였다).

그런데 가치사슬의 부재는 남미제조업의 미래까지 발목을 잡을 치명적인 약점이다.

(기고문)

메르코수르 30주년

김선태 (코트라 아순시온 무역관장)

본지는 한중남미협회 발행 잡지 “K-Amigo” 2021년 여름호에 기고된 메르코수르 30주년 기고문을 파라과이 한인동포들께 6회에 걸쳐 게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1 회


2021년 3월은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 창립 3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고자 지난 3월 26일 4개 회원국 정상이 화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의장국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대통령 그리고 준회원국인 칠레, 볼리비아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3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각국의 상반된 입장이 드러나면서 어색하게 회담이 마무리되었다.

발단은 우루과이 루이스 라까에 포우(Luis Lacalle Pou) 대통령(2020.3 취임)의 연설이었다.

메르코수르 기본원칙 (즉, 단체 대외협상 원칙)외에도 회원국별로 외국정부와 개별협상할 자율(Flexibilización)도 허용하라고 공식 제안한 것이다.

메르코수르 임시의장국인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대통령(2019.12 취임)은 ”개별협상 허용은 불가하니 메르코수르가 싫으면 떠나라“는 취지의 면박성조로 답하여 메르코수르의 현 상황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회담 한 달 전인 2월 초, 브라질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2019.1 취임)과 우루과이 대통령 간의 양국정상회담에서 개별협상 추진에 합의한 바 있었고, 2월 중순에는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마리오 압도(Mario Abdo) 대통령 간의 양국정상회담에서도 우루과이 측에서 개별협상 추진에 대하여 제안한 사실이 있다. 이처럼 우루과이, 브라질의 입장은 이미 널리 공표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강하게 반응하였다.

한편 파라과이 대통령은 ”이념이 메크로수르를 갈라놓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발언으로 일관하였다. 파라과이는 지난 2월 우루과이 양국정상회담, 그리고 3월 정상회담 당시에도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보류하다 4월에 이르러서야 반대의사를 공식 표명하였다.

5월 중순 현재 개별협상 건은 각 2개국씩 찬반이 양분되어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는 개별협상을 찬성하는 반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수한 상황인 파라과이를 배제하고 남은 3개국을 살펴보면 메르코수르가 이념에 따라 분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좌파/우파의 이분법적 구분 시 현재 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는 우파, 아르헨티나는 좌파이다).

아르헨티나는 마끄리(Maurico Macri) 전 대통령 집권 당시(2015.12~2019.12. 중도우파)는 시장개방에 적극적이었으나, 현 중도좌파 행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전 정권의 대외협상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번 개별협상을 제기한 우루과이도 상하원의원대상 2회에 걸친 전수 여론조사 결과의 경우 여당의원의 97%가 개별협상에 찬성하였지만, 야당의원은 36%만 개별협상을 찬성하고 있다. 이념과 경제를 분리하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러면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순으로 찬반입장의 배경을 살펴보자.

3월 정상회담 직후 남미지역 언론들조차 파라과이를 브라질,우루과이와 같은 입장으로 분류하였을 정도로 파라과이는 3월까지도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파라과이가 아르헨티나와 같은 입장(즉, 개별협상 반대)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 아르헨티나 곡물 무역의존도가 높은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둘째는 개별협상은 곧 ”중국“과의 개별협상을 의미하는데 파라과이는 대만수교국이라 협상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중국과의 수교문제는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축산업은 수출 신시장 개척차원에서 적극 환영하겠지만 건설업은 결사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건설사들이 파라과이에 대거 진출하여 저가공세를 펴면 파라과이의 건설 카르텔(Cartel)이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에 파라과이는 ”개별협상반대“라는 상당히 현실적인 결정을 하였다.

다음, 우루과이는 소규모개방경제로서 정체된 성장을 돌파하기 위하여 시장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가장 큰 경제문제는 2003년부터 지속하던 성장이 수년 전부터 정체기로 들어간 점과 11% 선인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중국을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상정하고 있다.

그간 우루과이는 2번에 걸쳐 중국 자동차 조립공장을 유치하였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중국 체리(Chery)는 2015년 공장을 폐쇄하였고, 리판(Lifan)은 2018년부터 가동중단 상태이다. 중국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시장 진출을 위한 우회진출 전략기지로 우루과이를 택하였으나 낮은 생산성 그리고 외부요인(수입국의 환율, 수입규제) 등에 의하여 실패한 사례로 기록된다.

우루과이는 브라질보다 중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산 전기차 공장을 우루과이로 유치하는 데 휠씬 유리한 고지를 점함은 물론 우루과이산 소고기가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가 시장개방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해외에 수출할 ”경쟁력 있는 제조업상품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오히려 겨우 버티고 있는 제조업마저 존폐기로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참고로 곡물 및 가공산업, 축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바 본고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2020년 전체 수출통계를 살펴보면 “자동차산업(완성차, 부품)”이 사실상 유일한 제조업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약 43억 불을 수출하였으며 이는 전체수출의 약 8%이다. 자동차의 70% 정도가 브라질에 수출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남미 국가에 판매되었다. 제조업 중 수출 2위는 철강인데 전체의 2% 이하 비중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동차 공장을 가동 중인 9개사 모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다. 2011년에는 80만대까지 생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9개사 모두 합쳐서 31만대 생산에 그쳤다. (현대자동차 브라질공장은 18만대 생산능력임에도 2019년 기준 20만 대이상 생산 함. 비교용으로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