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교] 타냐란디의 밤,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피어나다… 故 코키 루이스 유지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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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산 이그나시오=현지 리포트] 파라과이 성금요일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종교 예술 축제인 ‘타냐란디(Tañarandy)’ 행렬이 2026년 4월 3일 금요일, 수만 명의 순례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올해 축제는 창시자인 예술가 故 코키 루이스(Koki Ruiz)의 타계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행사로, 그의 예술적 혼을 기리는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La llama no se apaga)”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횃불과 찬송이 수놓은 ‘이바가 강간’의 길

올해로 34주년을 맞이한 타냐란디 축제는 이날 오전 7시 타냐란디 예배당에서의 ‘십자가의 길’ 기도로 경건하게 시작되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성모 마리아 애도 행렬’은 오후 5시부터 펼쳐졌다.

수천 개의 횃불과 양초로 밝혀진 ‘이바가 강간(Yvaga Rapé, 하늘 길)’을 따라 참회자들이 슬픔에 찬 전통 찬송인 ‘푸루아(Purahei)’를 부르며 행진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이어 저녁 7시 30분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재현하는 전통 연극 공연이 이어지며 절정에 달했다.

故 코키 루이스의 부재 속에 피어난 ‘예술적 연대’

이번 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냐란디 축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평생을 헌신했던 델핀 코키 루이스가 지난 2024년 12월 20일,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인의 빈자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행사는 영부인실을 비롯한 양국 정부 기관 및 상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차질 없이 준비되었다. 축제 관계자는 “코키 루이스는 떠났지만 그가 심어놓은 예술과 신앙의 씨앗은 지역 공동체의 가슴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살아있다”고 전했다.

지역 공동체가 지켜낸 파라과이의 문화 유산

타냐란디 축제는 이제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파라과이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조명 방식과 토착 신앙, 그리고 서구의 가톨릭 영성이 결합한 이 축제는 매년 전 세계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순례객은 “코키 루이스의 열정이 깃든 이 길을 걸으며 파라과이만의 깊은 영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가 남긴 유산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횃불 행렬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인간의 존엄과 신앙의 빛을 지켜나가겠다는 파라과이 시민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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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남미동아뉴스

파라과이 다이제스트 남미동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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